"5만 개를, 8주 안에." 처음 받은 한 줄에는 두 개의 숫자만 있었습니다. 글로벌 출시 캠페인을 앞두고 한정판 굿즈 5종을 동시 출고해야 하는 일정이었고, 라이선스 조율·디자인 합의·생산·QC·국제 배송까지 한 시즌 전부를 한 곳에서 풀어내야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8주 안에 매주 일어난 일을 단계별로 기록한 케이스 스터디입니다. 일정이 빠듯한 IP 굿즈 프로젝트를 어떤 트랙으로 나눠 굴렸는지, 어떤 의사결정이 시간을 줄였는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가장 자주 망설이게 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01.5개의 트랙을 동시에 굴리기
처음 한 일은 일정을 직렬이 아니라 병렬로 다시 짜는 것이었습니다. 라이선스 협의를 1주차에 동시 시작해 디자인 트랙과 평행하게 두었고, 5개 굿즈 종류별 생산처를 분산 배치했습니다. 한 곳에 병목이 생겨도 다른 트랙은 계속 굴러가게 하기 위한 구조였습니다.
주차별 핵심 마일스톤
- 1주차: 라이선스 협의 시작 + 디자인 1차 시안 동시 진행
- 2~3주차: 샘플 5종 동시 발주, QC 체크리스트 25개 항목 표준화
- 4주차: 본 생산 진입 (3개 트랙 동시)
- 5~6주차: 본 생산 마무리 + 국제 배송 분산 운영(항공/해상 혼합)
- 7주차: 글로벌 동시 출고
- 8주차: 회수·재고 관리, 캠페인 운영 지원
02.샘플 단계에서 가장 자주 멈춘 일
가장 많이 다투었던 곳은 의외로 색이었습니다. 라이선스 가이드에 명시된 컬러가 모니터·인쇄·실물에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데, 어느 단계 기준을 "정답"으로 잡을지가 매번 결정 포인트였습니다.
저희 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인쇄 실물 기준으로 통일했습니다. 디지털 시안에서 좋아 보였던 색이 인쇄에서 어둡게 깔리는 경우가 많았고, 실물을 잡고 보면 라이선스 측도 의사결정이 빨라졌습니다.
샘플 한 번 더 만들기로 결정한 그 한 주가, 결과적으로 클레임 0건을 만든 가장 중요한 한 주였습니다.
03.국제 배송 분산이 살린 5일
출고 일정이 한 줄로 잡혀 있었던 게 가장 큰 리스크였습니다. 5개국 동시 출고를 하나의 항공편으로 묶으면 통관·지연 한 번에 전체가 흔들립니다. 저희는 출고 시점을 며칠씩 어긋나게 잡고, 항공·해상을 혼합해 분산 운영했습니다.
덕분에 한 권역에서 통관 지연이 생겼을 때도 다른 권역은 영향 없이 캠페인 시작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예정한 출고일을 결과적으로 5일 단축했고, 어느 한 권역에서도 캠페인 시작이 밀리지 않았습니다.
샘플 단계부터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다시 같이 일하고 싶어요.
04.다음 시즌에 들고 갈 것
다음 시즌에는 이번 8주 동안 표준화한 QC 체크리스트를 25개에서 32개 항목으로 늘리고, 라이선스 가이드 컬러 검수 단계를 디자인 1차 시안 직후에 한 번 더 두기로 했습니다. 시작이 빠를수록 끝이 빠르다는 게 이번 시즌의 결론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정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시면, 첫 문의 한 줄에서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시작은 그저 "5만 개를, 8주 안에" 한 줄이어도 충분합니다.